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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학교에선 모두가 스승이고 학생”

<다들> 창간 2주년·모두의학교 개관 기념 토크 콘서트 성황

어느덧 창간 2주년을 맞은 <다들>이 기획한 특별한 만남, ‘서울은 학교다-토크 콘서트’!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멘토’들이 모두의학교를 찾아 생생한 목소리로 다시금 감동을 전했습니다. 지난 12월 14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 토크콘서트 현장을 지면에 싣습니다.

때마침 몰아친 강추위도 배움과 학습의 열기를 식힐 수 없었다. 모두의학교 다목적홀을 꽉 채운 청중들은 우리 시대 스승들이 들려주는 공부 얘기에 숨 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세계적인 명성의 동물학자인 최재천 교수와 원로 사회학자이며 여성학자인 조은 교수, 한국 시사만화의 대부 박재동 교수 등은 학교에선 가르치지 않는 독특한 경험과 지혜, 살아 움직이는 지식 등을 자신만의 언어로 쏟아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과 교복 차림의 고교생, 지역 활동가, 학부모, 청년, 대학생, 나이 지긋한 동네 아주머니와 할머니 등 그야말로 모두가 모인 다목적홀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 토크콘서트 도입부에서 여는 말을 하고 있는 특별MC 김영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의 웹진 <다들> 창간 2주년 및 모두의학교 개관 기념 토크 콘서트가 지난 12월 14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금천구 모두의학교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서울은 학교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릴레이 토크 콘서트에서는 <다들>의 멘토 코너를 직접 꾸려온 김영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이 특별 MC로 나서 진행을 맡았고, 멘토 인터뷰에서 자신의 평생공부 이야기를 들려준 조은, 최재천, 박재동 교수와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 그리고 청년 멘토인 한국고용정보원 최영순 연구위원, 박석준 꿈지락네트워크 대표가 이야기 손님으로 나왔다. 둘째날 토크 콘서트 도중에는 차성수 금천구청장이 청중으로 깜짝 참석해 모두의학교가 금천구 주민들의 평생학습을 이끌어 줄 것을 당부했다.

▲ 초대 손님들의 특강에 귀를 기울이는 청중들

다양한 멘토들이 토크 콘서트에서 들려준 주옥같은 이야기를 다들 창간 2주년 기념호 지면에 실황 중계한다.



우리는 어떤 선생님을 기억할까? _ 조은 (사회학자 / 동국대 명예교수)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영어선생님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love라는 단어를 “hate와 love는 직통코스야!”라며 머릿속에 쏙 들어오도록 가르쳐주셨고, ‘fair’라는 단어에 ‘머리가 금발인’이라는 뜻도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영어사전의 1번 뜻뿐만 아니라 6번 뜻까지도 찾아보게 하셨죠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은 화학선생님이셨는데, 우리반 아이들이 1962년에 나무를 심고, 20년 후에 이 나무 앞에서 보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진짜 20년 만에 만났어요. 그리고 우린 아직 젊으니까 또 20년 뒤에 보자고 해서 또 만났어요. 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하고 40년 뒤에 만난 거죠. 그때 우리 담임선생님이 40년 전 출석부와 성적표를 보퉁이에 싸들고 오셨습니다. 그 선생님은 “눈물은 분해하면 99%의 물과 1%의 소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눈물에는 화학적으로 분해할 수 없는 것이 들어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제가 작은 학교를 다녔기 때문입니다. 여중 4반, 여고 3반이 있는 아담한 학교를 다녔기에 선생님도 우리들을 기억하고 우리도 선생님을 좋아했죠. 그런데 요즘은 그런 작은 학교가 없죠. 그래서 전 작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해결책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이가 스승인 시대이지만, 아무도 스승이 아닌 시대이기도 합니다. 지식은 인터넷에 다 있구요. 세상의 선생님들이 교사와 선생님 사이에서 흔들릴 때 ‘나는 어떤 선생으로 기억될까?’를 생각하시면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미래를 함께 할 직업 _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잉여인력이 늘어날 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몇 해 전만 해도 팽배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보면 없어지는 직업은 9%에 불과할 거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새로 생겨나는 직업이 많기 때문이죠.
한국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직업 조사를 하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20위권에 드는 직업은 순위만 바뀌는 정도이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1만2천여 개의 직업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 직업에 대량의 인재를 고용했다면, 이제는 여러 직업에 한두 명이 종사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일단 직무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교사가 지식과 정보 전달자에서 진로 컨설턴트로 성격이 바뀌고, 약사가 조제보다는 복약상담에 집중하게 되는 식이죠. 그리고 산업의 플랫폼화가 진행되어 배달의 민족이나 헬프미(변호사 플랫폼) 같은 업체들이 생기고, 각각 다른 전공의 융합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고령화에 대비한 직업, 애완동물과 관련한 직업, 안전과 방제에 대한 직업, 빈집을 관리하는 직업 등의 전망이 밝습니다. 자기 스스로 직업을 만드는 창직 활동도 활발해질 겁니다.
이런 미래 직업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 교육받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협력하는 태도, 기업가 정신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키우는 일입니다. 자신의 직업을 행복하게 영위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자존감이 높다는 점입니다. 선생님,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워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 _ 최재천 (동물학자 / 이화여대 석좌교수)

“저는 어릴 때부터 노는 걸 좋아했습니다. 노는 데 있어서는 귀재였는데, 어른이 되면 아버지처럼 죽도록 일만하면서 살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노는 직업이 없을까 찾아봤고, 중2 때 백일장에서 상을 탄 것을 계기로 시인이 될까 했지만 이과로 가는 바람에 틀어졌습니다. 그러다 재수 끝에 서울대 동물학과에 입학했는데, 재미도 없고, 그러니 성적도 나빴습니다.

그런데 방학 때 미국 유타대학교의 조지 에드먼스 교수님이 하루살이 연구를 위해 한국에 오셔서 그 분 조수로 일주일간 전국 시냇물을 따라 다녔습니다. 그 분이 시냇물에 다니며 하루살이 꽁무니나 쫓는데도 존경받는 교수이며 아름다운 부인이 있기에 출국 전날 “선생님, 저는 선생님처럼 되고 싶습니다”하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알고보니 그분은 세계적인 곤충학자셨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하루살이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이 102번째 방문한 나라였죠. 당시 한국에는 생물을 주제로 한 화학자나 물리학자만 있었지 제대로 된 생물학자가 없었습니다. 그런 때에 제가 진짜 생물학자를 만난 거죠. 선생님은 추천서를 써주었고, 저는 미국으로 유학 가 동물학자가 되었습니다. 민벌레에 관한한 제가 세계적인 권위자입니다. 비관적이고 희망없던 젊은이가 에드먼스 교수를 통해 놀면서도 잘 살 수 있는 자신의 미래를 보았던 거지요.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천재가 있습니다. 피카소와 아인슈타인입니다. 둘은 좀 다른데, 아인슈타인은 야구선수에 비유하면 타율과 관계없는 홈런 타자로, 진짜 천재입니다. 피카소는 출루율이 좋은 선수에 해당됩니다. 많이 나갔으니 점수가 높은 거죠. 그는 역사상 가장 많은 그림을 그린 화가이고, 그렇기에 걸작도 졸작도 많습니다. 아인슈타인처럼 태어났으면 좋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피카소처럼 좋아하는 것을 죽자고 하면 뭔가 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미래를 예측해서 그때 필요한 걸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그걸로 뭔가 할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세요.”



대학 가지 말고 대학 만들자 _ 박재동 (만화가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우리는 아이들을 보면 이끌어주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봅시다. 2학년들 입장에서 5학년들도 이끌어주어야 할 사람으로 보일까요? 아니죠. 2학년 입장에서 5학년은 멘토, 선배, 심지어 아이돌, 천사거나 악마죠. 아이들은 가르쳐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어른들이 요것만큼만 하라고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요것만큼만 하는 겁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부천만화축제에 왔던 11살짜리 영국 아이는 매달 만화잡지를 냅니다. 한번은 집 앞 케밥집의 케밥이 너무 맛없어서 ‘케밥 어택’이라는 만화를 그렸더니 그 집에서 좋아하며 광고를 냈답니다. 그렇게 매달 8~9개의 광고를 실으면서 잡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만화가가 아닙니까? 사업가가 아닙니까? 당연히 만화가이고 사업가죠.

저는 선생님이 꿈이라는 학생이 찾아오면 지금 바로 학교 만들라고 합니다. 세 명이 사흘을 가르쳐도 학교입니다. 이런 정신으로 만든 것이 경기도 꿈의 학교입니다. 초중고생들에게 원하는 학교를 만들라고 했더니 지원자가 1400명이나 몰려 그 중 100명을 뽑아 25개의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학교들이 있었냐면 독립지사의 묘를 찾아가서 청소하고 헌화하는 학교, 방학이나 주말에 여행을 다니는 드림로드스쿨, 민비시해사건이나 정몽주피살사건 등의 범죄사건으로 역사를 배우는 미스터리 호러스쿨, 푸드트럭을 몰고 창업한 포롱포롱 포로롱 등이 있습니다. 대단한 아이디어들이죠? 처음 25개로 시작했던 꿈의 학교는 올해 150개로 늘어났습니다. 이걸 하면서 아이들이 정말 많이 배웁니다. 푸드트럭을 운영했던 아이들은 날이 궂어도 놀지 않고 일하는 어른들의 노고를 알게 되고, 직업에 대한 차별의식도 없어집니다. 이번엔 우리가 너무 많이 먹어서 망했다고 결산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면 이렇게 잘 합니다.”

▲박재동 교수(한예종)가 단상에서 내려와 깜짝 질문을 하는 모습


물음표, 북돋움, 함께 흔들리며 살아가기 _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18년 동안 도서관을 운영했다고 하면 도망가고 싶었던 적은 없느냐고 묻습니다. 당연히 도망가고 싶었죠. 그런데 도망가지 않고 18년 간 지속한 힘은 ‘존엄함’에 대해 깨달은 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8년째 저희 도서관에서 만나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꼬마 때부터 봐서 청년이 되었죠. 그 아이는 머리를 염색하고 문신을 한,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습니다. 그 아이가 주유소에서 세차 알바를 할 때 손님을 잘못 만나 뺨을 맞고 “너는 세상의 암같은 존재”라는 폭언을 듣고는 저한테 전화해서 펑펑 울더라구요. 그 아이가 저희 도서관에서 인턴쉽을 할 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정말 이상한 도서관이야. 어떻게 나같은 놈에게 책을 주냐고.” 그때 제가 깨달았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책을 건넨다는 건 그의 존엄함에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닐까 하구요.

느티나무 도서관 천장에는 물음표가 걸려 있습니다. 저는 도서관이란 질문을 발견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용객이 질문을 했을 때 지금 당장 정답을 알려주자는 생각만 버려도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시간이 지나고, 상호작용을 하다보면 질문자가 결국 답을 찾습니다. 도서관 직원은 그를 북돋우고, 그와 공명하면 됩니다.
‘북돋움’이란 단어의 ‘북’이 뭔지 아세요? 식물의 뿌리를 덮은 흙이랍니다. 그러니까 북돋움이란 칭칭 묶거나 감아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뿌리의 힘을 믿고 살살 덮어주는 행위입니다.
‘자비’라는 말이 ‘함께 흔들리다’는 뜻이라는 거 아셨어요? 믿고, 북돋워주고, 함께 흔들리며 저희는 도서관을 운영합니다.”



미래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인이 되기까지 _ 박석준 (꿈지락네트워크 대표)

“저는 가끔 내가 뭐하는 사람이지? 물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한 마디로 설명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청소년 의회를 만들고, 청년들의 공간을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은 삭제된 시민입니다. 1인 1표의 권리조차 없습니다.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자고 하면 어른들은 대뜸 “걔들이 판단력이 있어?”라고 묻습니다. 근데 어른들은 늘 옳은 결정을 하나요?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책임을 지면 되잖아요. 지난 겨울, 우리가 잘못된 결정을 책임지기 위해 길바닥에서 촛불집회를 했듯이.

▲박석준 대표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는 차성수 금천구청장

청소년들은 지금 선택하는 방법을 배워야 어른이 되어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의회는 선택 연습의 장입니다. 금천구 청소년의회는 2억3천만 원의 교육 예산을 심의했습니다. 동작구 청소년의회는 소년법 관련 세미나를 개최해 청소년 전담 판사와 워크샵을 합니다. 저는 이 자체가 배움이고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춘삘딩 운영자이기도 한데요, 우리 청년들은 방을 구하는 세대입니다. 부동산앱들이 전부 ‘0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도, 우리 세대는 자본을 축적할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청춘삘딩에선 모여서 밥 먹고, 연극도 하고, 그림도 그립니다. 모여서 밥 먹는 게 무슨 청년정책이냐고 하실 분도 있을텐데요, 혼자 살면 밥을 챙겨먹지 않게 됩니다. 굶다가 폭식하면 저처럼 살찌고 건강도 나빠집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관계망이 형성되고, 이것이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줍니다. 청년들을 고립되지 않게 도와줍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을 미래라고 합니다. 청년들이 주체로 등장해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됩니다.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이들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정리/김영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원장, <다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