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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유정 <다들> 기자

민주주의라는 말이 너무 무겁거나, 혹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셨나요?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제2회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에서 우리 삶에 맞닿은 민주주의의 모습들을 8개 토론방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앞두고 이유정 작가와 함께 각 토론방에서 펼쳐질 이야기들을 맛보기로 만나봅니다.

정치가 뜨거웠던 날들이었다. 1987년 6월만큼이나 뜨거웠던 2016년의 겨울을 보내며,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하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에 설렜다. 그 결과로 세상에 유례없는 무혈혁명이 성공했고,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광장에서 집으로, 일터로, 학교로 돌아와 딸로, 아버지로,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일상을 산다. 분명히 세상이 달라졌다는데, 광장에선 그걸 벅차게 느낄 수 있었는데, 왜 내 일상은 바뀐 게 없지? 부조리한 것은 여전히 부조리한 대로, 억울한 것은 가슴 깊이 꾹꾹 눌러 담으며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야 하나? 민주주의는 정치에서만, 광장에서만 하는 건가? 어렵게 쟁취해낸 그 민주주의를 나는 왜 일상에서 누릴 수 없는가?

수십 년 전 노동운동의 선봉에 서 있던 박노해 시인은 ‘이불 홑청을 꿰매면서’라는 시를 통해 일상의 민주주의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똑같이 공장에서 돌아와 자정이 넘도록 / 설거지에 방청소에 고추장단지 뚜껑까지 / 마무리하는 아내에게 / 나는 그저 밥달라 물달라 옷달라 시켰었다 // 동료들과 노조일을 하고부터 / 거만하고 전제적인 기업주의 짓거리가 / 대접받는 남편의 이름으로 / 아내에게 자행되고 있음을 아프게 직시한다’ 라고.
사회운동가 목수정은 대학시절 잔디밭에서 김밥과 떡을 광주리에 담아 팔러 다니는 아줌마를 천대하면서, 말끝마다 “민중”을 외쳤던 선배들의 민주주의가 거짓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았다.
민주주의가 광장에서, 국회에서, 정치뉴스에서만 볼 수 있는 거라면 이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는 9월 21일 두 번째 개최되는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하여 ‘광장 민주주의, 담장을 넘어 일상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장을 마련한다.
그 중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열기를 띠게 될 8개의 벌집 토론방에선 어떤 사람들을 마주할 지 살짝 맛보기로 살펴보자.

지방자치단체 시민대학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시민대학과 평생학습관 사이에서 길을 잃은 문희 씨
“제가 뭘 배우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시민대학에서 꽃꽂이 강좌부터 역사탐방까지 정말 다양하게 배웠고 자격증도 몇 개 땄어요. 그런데 우리 동네 평생학습관에서도 비슷한 걸 하더라구요? 둘 다 과목도 비슷하지, 시민대학에도 ‘시민’이 들어가 있지, 평생학습관 교육 프로그램에도 ‘시민’이 들어가 있지…. 솔직히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그 전에 대체 ‘시민참여’가 뭐예요? 여기 시민 아닌 사람 있나요? 시민이 참여하지 않는 강좌도 있나요? 굳이 과목명 앞에 넣어놓은 의미를 모르겠어요. 시민 입장에서야 배울 곳이 많이 생기면 좋지만, 다들 비슷비슷하니까 세금 낭비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선택할 때 뭘 골라야 되나 고민도 되네요.”

마을에서 민주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마을 공동체 만드느라 5년간 뛰어다닌 활동가 민주 씨
“2012년부터 시작한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하면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보람되고 행복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저희 덕분에 이웃들끼리 인사하는 문화도 생겼고, 동네의 문제가 있으면 다들 모여서 토론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죠. 그간 이웃 간의 관계 회복과 동네 의제 해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마을살이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마을에서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제2회 서울평생학습대토론회에 이 같은 주제로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을 모아 워크샵을 한다고 하니 꼭 참여해야겠어요. 참석하려고 다이어리에 표시도 해놨습니다. 마을 사업의 다음 방향을 잡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려고 합니다.”

협동조합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협동조합이 민주적일 줄 알았던 형일 씨
“협동조합, 이름만 들어도 정말 민주적일 것 같잖아요? 우리나라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 협동조합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실제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다보면 현실적인 문제나 조합원끼리의 이해 부족으로 민주적인 절차라는 게 그림의 떡일 때가 많아요. 협동조합이라는 건 생산자-소비자의 개념이 아니거든요. 다함께 조합원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같이 연구하고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협동조합’이란 말이 좋아서 들어와 놓고 소비자처럼 요구하고 비판만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가 너무 자본주의에 익숙하다 보니 소비자 역할만 해봐서 그런 걸까요? 아님 우리 안의 민주주의가 부족해서일까요?” 협동조합 원리가 곧 민주주의라는데 이 토론방에서 그 진수를 알게 될 거라 기대해요.

시민으로서 청년의 자리는 존재하는가?


제대하고 복학 기다리는 청년 재준 씨
“제가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에 편의점에서 알바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나라 청년들 정말 불쌍하지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군인들보다 더 불쌍한 것 같습니다. 군인들은 그래도 나라에서 의식주는 해결해주고, 휴가도 보장해주고 그러지 않습니까? 청년들한테는 해주는 게 너무 없지 말입니다. 청년들 일자리가 중요하네, 등록금이 비싸네, 주거비가 너무 많이 드네.... 말은 무성한데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되는 것도 없고, 진짜로 청년층을 시민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십시오, 얼마 전에도 편의점 심야알바하다가 손님한테 죽은 청년이 있지 않습니까? 남의 일이 아닙니다. 갑갑합니다. 우리가 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노동인권 등 기본 권리도 잘 알지 못해서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적극적 시민으로서 자원봉사자의 성장을 말하다


자원봉사로 뼈가 굵은 미순 씨
“내가 자원봉사 경력만 20년이 넘어가요. 안 해본 게 없지. 노인, 장애인, 자연보호까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자기주장을 쓰거나 집회 나가서 촛불도 들고 합디다만, 나는 일상에서 작은 일이라도 남을 돕고 착하게 사는 게 진정한 실천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묵묵히 열심히 활동해왔죠. 그런데 요즘 좀 회의가 들기도 해요. 나라에서 세금으로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땜빵해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요즘은 학생들이 점수 따러 오는 게 자원봉사라, 대충대충 하거나 도장만 받고 가버리니까 참 그렇더라고요. 그렇게라도 시키는 게 맞나 싶다가도 과연 저기서 뭘 배울까 싶기도 하고, 제가 처음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때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고….”

‘교복입은 시민’ 청소년 참정권을 외치다


교육감을 왜 자식도 없는 이모가 뽑는지 이해가 안가는 고등학생 하나 씨
“저는요, 촛불집회 할 때 되게 재밌었거든요. 주말에 친구들하고 모여서 광화문 거리 걷고, 코스프레도 하고, 자유발언도 하고 완전 신났어요. 그리고 대통령이 바뀌었잖아요? 근데 우리는 투표를 못했단 말이에요. 같이 그 거리에 있었는데, 19살이 안됐다고 투표권을 안줬어요. 미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다 18살이면 투표할 수 있는데 우린 왜 안돼요? 그것까지는 그렇다 쳐요. 진짜 이상한 건 교육감 선거예요. 교육감이 바뀌면 제일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우리 학생들이라고요. 근데 자식도 없는 우리 이모, 입시가 뭔지도 모르는 칠십 넘은 우리 할머니한테는 투표권을 주면서 우리한테는 투표권이 없어요. 이거 너무 이상한 거 아니에요?”

82년생 김지영, 광장에 서다


맘충이라는 말에 상처받는 82년생 지영 씨
“2008년 광우병 집회 때 저희더러 ‘유모차 부대’라며, 잘한다며, 칭찬했던 거 기억하세요? 어렴풋이 기억날 거예요. 이번 촛불집회에도 아이들 손잡고 나간 사람들이 우리 엄마들이에요. 엄마들이 매번 사회적으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얼마나 나서서 행동하고 주장했게요? 우린 아이들을 키우니까요.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엄마들에게 ‘맘충’이라니... 다음 세대는 온 나라와 사회가 함께 키워가는 거라고 가르쳐놓고, 결혼해보면 나라는커녕 남편조차 나몰라라하죠. 그 와중에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에게 칭찬은 못해줄망정 벌레라뇨! 맘충이라뇨!! 자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똥오줌 가리고 걸어다녔나? 왜 조금의 배려도, 이해도, 이렇게 받기가 힘든가요?”

노동자, 사회권으로서 학습 권리를 말하다


자기계발 할 때마다 상사 눈치 보는 월급쟁이 정훈 씨
“사실 평생학습이라는 게, 직장인들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그거 죄다 낮 시간대에 하잖아요? 저녁 타임이 있다 해도 맨날 야근에, 출퇴근 거리 계산하면 아무리 일찍 퇴근해도 8시가 넘는데 무슨 수로 듣겠어요? 그래도 자기계발을 해야 하니까 나름 이것저것 알아보고 학원등록을 해보지만 강의 들으러 갈 때마다 상사나 사장님한테 눈치가 보입니다. 자기계발 하라면서도 수업 간다고 칼퇴근하면 “이직하려고 그러냐?” 이죽대고, 영어 아닌 인문교양 강좌 들으면 “회사일과 상관도 없는 걸 왜 듣냐?” 그러고. 그런데 ‘사회권으로의 학습권리’가 있다고요? 아… 그런 게 있었어요? 하긴 나도 직장인이기 이전에 이 사회의 구성원인데.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노동자인지 잘 모르겠다는 지희 씨
“저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프로그램 공모에 참여하여 선정되면 관련된 일을 하거나 이벤트를 대행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매달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월급을 받아요. 제가 있는 단체의 구성원은 5명 정도이고요. 그런데 우리도 노동자인가요? 우리가 입주해 있는 건물에는 저희처럼 사회적 기업이나 일반 협동조합 그리고 청년 1인 기업 등이 있는데요, 대기업 다니는 다른 친구처럼 노조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면 우리는 이런 권리를 주장하면 안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