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le

스스로 마음을 일깨우는 힘 다들

smile

스스로 마음을 일깨우는 힘 다들

뉴스레터 신청하기

근로자 평생학습의 윤활유 학습휴가제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본부장)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약 84%가 자기계발의 강박증을 느끼며, 자기계발에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시간적 여유(약 65%)라고 합니다(기사 바로가기). 인생 2모작·3모작을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업무로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휴가도 눈치보며 쓰는 일터 나날이 계속됩니다. 퇴직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것도 녹록치 않습니다. 이제 직장인에게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집중적으로 인생 오후를 준비하는 시기를 주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들>은 학습휴가제를 소개합니다. 근로자의 평생학습에 대해 오랫동안 여러 나라의 사례와 국내 제도를 연구해 온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연구본부장님으로부터 학습휴가제가 무엇인지 들어봅니다.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변화하는 지금 글로벌사회는 지능정보사회를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역동적인 사회는 이제까지의 지식과 기술을 잘 답습하는 능력보다 유연성, 창의성, 융합역량, 문제해결력 등을 갖춘 새로운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어 대량실업이 예고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근로자의 인적자원개발 또는 직업능력개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 사회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량을 목표로 교육·훈련체제가 재편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교육만으로 가속화되는 발전과 변화에 부응하는 역량을 망라할 수 없고 평생학습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제 성인 근로자를 위한 평생학습은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당면과제이다.

근로자들은 자신의 역량 개발을 위해 부단한 학습이 필요하며, 평생학습은 교육적 관점만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 직장과 가정을 병립하고 가족 부양의 책임이 있는 성인 근로자들에게는 대체로 시간과 비용 부족이 현실적으로 학습에 참여하기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된다. 학습휴가는 근로자가 일상적 업무로부터 벗어나 지식과 기술 습득하는 등 능력개발을 목적으로 학습하도록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휴가제도이다.

근로자의 역량개발에 대한 고용주의 입장은 대체로 소극적이며, 근로자 개인과 사회의 몫이 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시장실패 분야로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근로자의 직무능력이 근로자 개인의 삶의 질과 기업 및 국가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근로자가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학습할 수 있는 권리를 법에 의해 강제적 성격으로 부여하고 있다.

평생교육법 제8조 “학습휴가 및 학습비 지원”에 관한 조항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장 또는 각종 사업의 경영자는 소속 직원의 평생학습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유급 또는 무급의 학습휴가를 실시하거나 도서비·교육비·연구비 등 학습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학습자 지원에 대해 제안하고 있으나, 학습비의 범위, 지원에 대한 의무조항, 재정 확보방안 규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효율적인 인적자원개발을 위하여 근로자 및 실업자를 위한 평생학습에 재정적인 투자를 늘려가야 할 것이며, 개인적 차원에서는 스스로의 능력개발을 위하여 평생학습에 대한 동기를 강화할 수 있도록 평생학습 비용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일과 학습을 동일선상에서 보고, 임금과 학습비용까지를 제공할 때 비로소 학습 여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급학습휴가가 진정한 의미의 학습휴가이다.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는 유급학습휴가를 근로시간 중 교육상의 목적을 위하여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휴가로서 충분한 금전적 급여가 수반되는 휴가로 규정하고 있다. 학습 비용의 지원은 사회적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에게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게 되는 가장 좋은 유인책이 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 형평성의 실현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민간부문 근로자들을 위한 학습휴가제도는 고용보험법에 의한 직업능력개발사업의 유급휴가훈련이 있다. 고용보험은 산업구조조정의 촉진 및 실업예방, 고용촉진 등을 위한 고용안정사업과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사업을 연계하여 실시하는 제도이다.

우리 사회에 유급학습휴가제가 활성화되기 위한 토양은 척박한 편이다.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며,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유급학습휴가 활용도가 높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습휴가의 태동은 사회적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설립취지와 추구하는 바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노동조합을 통하여 근로자가 개인적 차원에서 희망하는 학습을 신청할 수 있으며, 학습휴가를 위한 교육 비용도 교육 참여자, 노동조합, 정부에 의하여 분담되고, 근로자는 학습휴가에 대한 선택권과 결정권이 주어진다.

한편, 영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 학습휴가제는 법령에 의하여 중앙집권적으로 설립되고 시행되어 오고 있다. 한국의 학습휴가제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학습휴가제도를 통해서 근로자 주도적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한다. 교육훈련 내용 및 그 참가 대상자에 대한 선택과 결정권은 근로자들에게 있고 사업주는 훈련비용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학습휴가기간이 다양하며, 독립된 재원이 법적으로 마련되어 안정적인 기반이 구축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정규교육 중심의 경쟁적 교육체제가 확대되어 온 반면에, 평생학습에 대한 이해와 참여가 낮고 학습문화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학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학습하고자 하는 학습문화는, 특정 이익을 추구하는 교육열과는 구별된다. 근로자들이 직무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습휴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학습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휴가를 신청하여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근로자들은 능력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해도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용자의 경우에도 대부분 학습휴가제를 포함하여 근로자 능력개발의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이나 일부 대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학습휴가제는 보상적 성격이 강하며,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이 단기적인 경영 수지를 맞추기에 급급하여 중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근로자 능력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근로자 능력개발 투자에 따른 투자 이익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걸림돌이 된다. 이러한 점들은 학습휴가제를 확산하기 위한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공부문은 구성원의 능력개발을 위한 대체 인력의 확보 및 재원의 마련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 공공부문에서 학습휴가제도를 선도적으로 실행하면서 민간부문을 지원하는 전략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공공부문에서 학습휴가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확산 과정에서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학습문화를 일반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학습휴가제 실시에 따른 대체 인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건비 예산의 확보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학습휴가 기간에 해당하는 인건비 예산을 증액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는 자기에게 추가로 필요한 능력과 학습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직업진로 안내와 상담 등을 활성화해서 자기 진단, 경력 목표의 확인 등 경력 설계를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학습휴가를 활용하고자 하는 근로자에게 직업능력과 관련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고, 경력개발을 컨설팅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일부 개발·공급해 주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평생교육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가장 시급한 것은 평생학습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확산이다. 학습휴가의 주체인 사용자와 근로자의 인식이 모두 개선되어야 한다. 휴가의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업무의 연장으로 이해하도록 유급학습휴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근로자의 평생학습을 증진하는 학습휴가가 개인의 능력개발과 조직발전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장기적이고 잠재적인 성과를 기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