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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

김정수(한겨레 미래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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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일기예보 챙기듯 미세먼지 지수를 살피는 일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나쁨'일 때만 조심하면 되는지? <다들>은 '미세먼지'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님으로부터 그 질문의 답을 들어보았습니다.

김정수 (한겨레 미래팀 선임기자-환경담당)

주변을 보면 아침에 일어나 날씨 예보를 챙겨보는 것처럼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됐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미세먼지와 관련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거나 잘못 알려진 문제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하나는 우리가 쓰고 있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부터가 잘못됐다는 점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사람이 숨 쉴 때 호흡기 속으로 들어가 피해를 주는 대기오염물질의 정확한 이름은 ‘입자상 물질(Particulate Matter, PM)’이다. 이 입자상 물질은 황사나 소금 입자, 꽃가루와 미생물과 같은 생물성 입자 등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도 있고, 사업장의 보일러나 자동차를 비롯한 내연기관 등의 인위적인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도 있다. 존재 형태로 보면 연무(haze), 먼지(dust), 연기(smoke), 훈연(fume), 안개(fog), 미스트(mist), 스모그(smog), 생물분진(bio-aerosol) 등 다양하다. ‘가늘고 보드라운 티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대기환경학에서 ‘크기가 비교적 큰 고체 입자’로 정의되는 먼지(더스트)는 액체상태 입자까지 포함하는 입자상 물질의 일부일 뿐이다.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을 통해 먼지를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로 정의한 것은, ‘과일을 모두 사과라고 부른다’고 정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환경부의 설명에 사람들이 혼란을 느낀 것은 이런 잘못된 용어 탓도 크다.

먼지라는 용어 뿐 아니라 ‘미세’와 ‘초미세’라는 꾸밈말도 문제다. 대기환경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공기역학적 직경이 2.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보다 작은 입자상 물질을 미세입자라는 의미의 파인 파티클(fine particle)로 불러왔다. ‘초미세’라는 꾸밈말은 직경이 1㎛이나 0.1㎛보다 작은 입자에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직경 10㎛ 이하인 PM10을 ‘미세먼지’ 2.5㎛ 이하인 PM2.5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 것은 국제적인 소통에 혼란을 주는 잘못된 표현인 셈이다. 환경부는 최근 이런 오류를 바로잡겠다면서 먼지라는 용어는 국민이 익숙해져 있다는 이유로 그대로 두기로 한 상태다.

미세먼지는 사실 최근에 갑자기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미세먼지 오염 개선을 주요 목표로 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이 14년 전인 2003년이다. 정부는 이 특별법을 바탕으로 1,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는 지조차 제대로 모른다.

환경부가 해마다 집계해 발표한 PM10과 PM2.5 배출량에는 소규모 사업장, 휘발유 승용차, 직화구이를 비롯한 생물성 연소, 노천 소각 등 다양한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빠져 있다. 주로 대형 경유엔진으로 가동돼 적잖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군용 차량과 장비, 오토바이와 같은 이륜차, 도로변에서 날리는 비산먼지도 공식 배출량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전문가들 가운데는 이처럼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절반 가까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환경부가 매년 펴내는 <환경백서>와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보면 2001년에 31%였던 미세먼지(PM10) 배출량 중 도로이동오염원 기여율은 2004년 46.2%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3년만인 2007년엔 23.5%로 급락했다. 2013년엔 10.0%로 또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차량 등록대수가 일관되게 증가 추세를 이어왔음에도 이렇게 도로이동오염원의 미세먼지 배출량 비중이 요동친 것으로 나타난 것은 미세먼지 배출량이 부실 산정됐다는 의미다. 이처럼 배출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립된 미세먼지 대책이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또한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데이터에 큰 구멍이 나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내놓는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도에 대해 중국이 납득하기를 바라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세먼지가 논란이 될 때마다 ‘관계부처 총력 대응’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지난해 4~5월 전국을 연일 미세먼지가 뒤덮으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국민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각오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총력 대응하겠다며 이른바 ‘6.3 대책’이라는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정부 발표와 달리 정부가 실제로는 미세먼지를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도 미세먼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하나다.

정부가 어떤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느냐는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입하느냐가 말해준다. 올해 환경부의 미세먼지 집중감축 예산은 지난해보다 22.3% 늘어났지만, 총액으로 보면 국토부의 올해 고속도로 예산보다 적은 4509억원에 불과하다. 그 예산의 70% 가량은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극히 떨어지는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보급 사업에 배정됐다.

환경부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공개한 미세먼지 저감대책별 삭감량 자료와 올해 미세먼지 특별대책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평균 국비 80만원을 지원하는 경유차 조기 폐차에 국비 1억 원을 투입해 달성 가능한 미세먼지 감축량은 125대 분 187.5㎏이다. 평균 1800만원의 국비를 보조하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와 압축천연가스하이브리드 버스에 1억 원을 투입하면 미세먼지 139㎏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충전시설 구축 지원금을 제외한 국비 구매 보조금만 평균 1417만원이 들어가는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보급에 1억 원을 투입해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는 7대 분 0.7㎏에 지나지 않는다. 투입비용 대비 미세먼지 감축효과가 조기폐차의 268분의 1이란 얘기다. 이런 실정임에도 올해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보급을 위한 국비 보조금으로 할당된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46.3%나 늘어난 반면, 매연을 내뿜는 낡은 경유버스를 미세먼지를 덜 배출하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조기 대체하는 사업이나, 노후 건설기계 저공해화 사업 등 비용대비효과가 높은 사업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이런 예산 배정에서 국민건강에 대한 위협에 신속히 대처하겠다는 긴박감을 읽어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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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미세먼지 환경기준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보다 낮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면서 환경부가 환경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환경기준 강화를 주요 미세먼지 공약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환경기준이 느슨한 것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인인 듯 하지만 그렇게 보기만은 어렵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5년 <대기환경연보>를 보면 전국 253개 도시대기측정망의 미세먼지 PM10의 24시간 환경기준 달성률은 10.7%다. PM2.5의 24시간 환경기준을 달성한 지역은 100곳 가운데 4곳에 불과하다. 낙제점도 한참을 밑도는 이런 저조한 환경기준 달성률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 정도로 환경기준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환경기준이 아니라 발전소와 대규모 사업장 등 다양한 배출원에 적용되는 배출허용기준 강화라는 것은 대기환경전문가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다. 환경기준이 선언적 목표인 반면, 배출허용기준은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제재가 가해지는 강력한 규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환경기준 달성의 수단이 되는 사업장 배출허용기준에 미세먼지는 들어있지도 않다. 배출허용기준은 1983년 입자 크기 최대 5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1m) 이하의 총먼지(TSP)로 설정된 기준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이렇게 느슨한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고농도를 기록한 날에도 거리에 나가보면 미세먼지 마스크를 낀 사람보다 안 낀 사람들이 더 많다.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까지 구매하는 사람들도 민감한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세먼지를 그다지 심각한 건강 위험으로 느끼지 않는 것이다. 적지 않은 분량의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들에게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일 것 같다.

정부의 미세먼지 예보기준을 보면 PM10은 하루 평균 81㎍/㎥, PM2.5는 51㎍/㎥을 넘어야 ‘나쁨’ 상태가 된다. 그 이하면 ‘보통’이거나 ‘좋음’ 상태라고 예보된다. 하지만 예보기준상 보통 상태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보건학계에서는 1군 발암물질인 석면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도 노출되더라도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농도인 ‘역치’가 없는 유해물질로 보고 있다. ‘나쁨’ 농도까지 올라가지 않았더라도 최대한 노출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PM10의 하루 평균 농도가 31~80㎍/㎥, PM2.5의 평균 농도가 16~50㎍/㎥으로 예상될 경우 ‘보통’으로 예보하고 있다. ‘보통’이라는 표현에서 누구도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지만, 우리의 보통 기준 농도 범위의 절반 이상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많이 날아올 때 자주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짧은 시간에 줄이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려면 사람들이 최대한 노출을 피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세먼지의 건강 위험성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강조돼야할 이유다.


김정수



- 한겨레 미래팀 선임기자(환경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