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le

컨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스스로 마음을 일깨우는 힘 다들

smile

스스로 마음을 일깨우는 힘 다들

뉴스레터 신청하기

벌집 토론 현장 스케치

벌집6 마을교육공동체 & 벌집8 여성혐오 현상과 평생학습(이유정 작가) , 벌집11 평생교육 단과대학 & 벌집12 평생교육법(신지운 기자)

이전 컨텐츠 다음 컨텐츠 최상단으로
이번 웹진 10월호에서는 '제1회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 특집을 다룹니다. '다들' 외부 편집위원인 이유정 구성작가, 신지운 기자가 벌집 토론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이유정 작가는 '학교 없는 마을교육공동체 가능한가'와 '여성혐오 현상과 평생학습' 토론방을, 신지운 기자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성인친화적인가 대학친화적인가'와'평생교육법 이대로 좋은가' 토론방을 탐색했습니다. 두 전문 기고가가 담아온 생생한 벌집 토론 현장 스케치를 전합니다.




이유정 작가

여의도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는 성황리에 개최되어 막을 내렸다. 평생학습 종사자도 아니고, 1~2년에 한번 평생학습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할까말까한 입장에서 과연 이 토론회가 재미있을까 우려를 안고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각자 원하는 토론장을 오가며 경청하고, 질문하고, 함께 토론하는 모습을 보니 그 열기에 압도당할 것 같았다. 각 토론방마다 80분에서 120분 정도 할당된 시간 동안 최대한의 논의를 끌어내기 위해 좌장은 노련하게 진행했고, 발표자는 미리 발제 원고를 보내는 등 꼼꼼하게 준비했으며, 토론자들은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생각해볼 문제들을 던져주었다. 그 중 평생학습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던 두 개의 벌집토론을 소개한다.


학교, 교육청, 시민단체가 각각 다르게 바라보는 ‘마을교육’


마을교육에서 학교의 위치를 서비스센터로

중앙대에서 마을 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배현순 씨가 발제를 맡았다. ‘Holoschoolgram’이란 완전(holo)+학교(school)+기록(gram)의 조합으로, 교사, 학생, 부모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주고받았던 편지함 ‘school gram’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각자의 입장이 다른 학교와 교육청과 지자체가 마을교육을 위해 소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말이다.


발표자는 현재의 학교체제가 탄생하기까지 역사를 훑고, 이반 일리치와 올센의 탈학교 논의를 간략히 소개한 후 학교와 마을이 만난 예를 이야기했다. 향토학교에서 혁신학교를 거쳐 마을학교에 이르기까지 그간 다양한 마을학교의 유형이 있었다. 그 중 서울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강북구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학생’ 대신 ‘우리 아이’라고 지칭하는 담당자들의 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마침 강북구 혁신교육의 당사자인 부은희 이사가 토론자로 참석해 있었다.


△“학교없는 마을교육공동체 가능한가?” 배현순(중앙대 박사과정)의 발표 현장


결론적으로 발표자는 첫째, 아이 교육을 학교에만 일임하지 말고 마을 안의 주체들이 아이 교육에 관한 권한과 책임의식을 가질 것. 둘째, 학교가 센터의 역할로 마을과 교육을 이어주는 장이 될 것. 셋째, 학교가 선순환 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 것을 부탁했다.
발표자는 지난 세계평생학습포럼에서 핀란드 에스푸(Espoo)시의 부시장이 학교를 ‘서비스센터’라고 지칭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학교를 서비스센터라고 부르면 분위기 삭막해질텐데 그런 말을 자유롭게 하는 핀란드의 열린 상상력이 부럽다고 했다.
학교를 풍선에 매달까 하는 상상, 학교를 서비스센터라고 생각하는 자유로움 등 전체적으로 마을교육에 대한 발표자의 상상력과 순수성이 돋보이는 발표였다.


마을교육을 위해선 어른이 먼저 마을 주민이 되어야

발표가 끝나자 서울시교육청 김영삼 장학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영삼 장학사는 ‘교육 자치 시대에 과연 이게 바람직한 방향인가’ 하는 생각을 새벽까지 하다가, 이곳에 와서 발표를 들으면서는 ‘마을과 학교가 왜 만나야하지?’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세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 교육자치가 바꿔놓은 새로운 지평에서 평생학습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전국에 17명의 교육감이 있는데 그들마저도 각자 보폭과 속도가 다르다.) 둘째, 서울은 교육감이 3번이나 바뀌며 혁신교육-행복교육-혁신미래교육 등으로 계속 이름이 바뀌어왔다. 알파고가 등장하고, 요즘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들 하는데, 실제 학교와 제도는 3차 산업기에 머물러 있다. 현재 학교의 모습이 어떠한가 정확한 진단이 먼저 내려져야 한다. 셋째, 어떤 제도가 만들어지더라도 결국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가 문제다.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결국 학교를 지탱하는 것은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의 관계다. 마을과 학교도 그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마을에는 애들이 있어요. 어른들은 직장에 가시잖아요. 결국 마을 주민은 어른이 아니라 애들이에요. 마을에서의 애들 교육을 논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마을의 주민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마지막 말이 인상 깊었다.


△ 마을과 학교의 관계를 강조하는 김영삼 장학사(가운데)


즐거운 상상 이면의 괴로운 현실

다음은 꿈의 학교 기획팀에 있는 서용선 경기도교육청 장학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즐거운 상상 이면에 괴로운 현실이 있다’는 말로 363개 꿈의 학교를 만들어온 베테랑 장학사의 말이 시작되었다.
“민관 거버넌스는 힘든 작업입니다. 우리는 마을과 학교만 생각하지만 그 사이에 업자들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교육청 예산이 마을로 가고, 지자체 예산이 학교로 가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마을과 학교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업자의 존재를 일깨워준 그는 학교가 폐쇄적인 이유를 짚어줬다.
“학교의 권한은 교장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교장들이 학교를 개방하지 않습니다. 왜? 혹여 사고라도 나면 책임져야 하니까. 시흥에서 방과 후 학교 개방시 생기는 문제는 지자체 시설관리공단이 책임지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도 부담없이 학교를 개방할 수 있죠. 마을학교 관련해서는 뜬구름 잡는 얘기보다 이런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을 뽑아준 사람을 향하게 되어 있는데, 선출직인 교육감이 시민의 말을 듣는 것처럼, 교장들은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육감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토론자들(왼쪽부터 이희수 교수, 이지혜 교수, 김영삼 장학사)과 서용선 장학사


이어 마이크를 건네받은 부은희 사단법인 ‘청소년과나란히’ 이사장은 “학교가 서비스센터가 된다면 마을은 서비스를 받는 대상인가? 그렇게 대상화시켜도 되나? 학교장이 자신을 뽑는 사람만 바라본다면 이제 교장도 투표해서 뽑아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머릿속이 혼란하다며 운을 뗐다. “공동체는 n분의 1 하는 곳이 아닙니다. 삶이 어떻게 n분의 1 할 수 있습니까? 다행히 강북구는 14년간 그 지역 떠나지 않는 활동가가 있었고, 그들이 구청, 동사무소, 도서관 등을 이으며 일해 왔습니다. 공동체 일을 하다보면 가장 힘든 게,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그 부분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부분을 잘 해야 합니다. 학교는 마을 속에 있습니다. 학교가 마을을 관장하는 게 아닙니다.”라며 14년차 시민단체 운영자로서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각자 다른 이해관계를 바탕에 둔 생산적인 토론

발표자는 마을 교육에 대한 이상을 말하고, 이에 대해 장학사들과 시민단체 대표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했다. 각자의 입장이 충돌하는데도, 그것이 생산적인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자리였다. 보통 이렇게 입장이 충돌하는 토론장에선 고성이 오가고 갈등이 증폭되기 마련인데, 그 입장들이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진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청중들의 질문도 받았는데 그 중 “요즘처럼 2년에 한번씩 이사 다녀야 하는 아이들이 자기가 자란 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도 2년에 한번씩 이사 다니는 세대라 공감이 가는 의문이었다. 이에 대해 배현순 발표자는 강원도의 감자골 스튜디오를 예로 들며 청년들이 성장해서 마을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을 때 받아주는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대학입시가 없어지지 않고서야 학생들의 절대적인 학습량이 필요한데 그걸 과연 마을교육에서 소화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용선 장학사는 이미 학교의 교육과정 중 국가 교육과정은 줄어들고 있고, 마을교육과 자율교육이 첨가되고 있다고 했다. (자유학기제) 현실적으로도 현재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은 20% 안팎이고, 80%의 아이들이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입시 위주의 교육은 바뀌게 될 것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충돌하면서도 생산적인 논의를 향해 나아갔던 토론장 풍경


마지막으로 이희수 교수가 외국에선 ‘한국에서 평생교육을 배워라. 학교를 제외한 평생교육은 한국이 잘한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평생교육은 한국을 배우면 안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학교와 마을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공생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낙관은 과거로부터 옵니다. 평생교육을 하며 우리는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각자의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도 이렇게 화기애애한 토론이 있다니! 토론의 새 지평을 본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실무자와 학습자가 모두 여성인데, 놀랍도록 여성문제에 무관심한 평생학습


새로운, 하지만 훈련된 메갈리아의 미러링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터져나온 여성들의 목소리. 이어진 여성혐오현상. 사회적으로는 큰 이슈가 되었지만, 평생학습의 장에서는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는 주제이다. 이에 김수진 서울역사박물관장이 어쩌다 2016년이 여성혐오 논의의 새 시대(‘원년’이라는 말은 부적절. 앞세대의 페미니즘이 토대가 되었기에 논의가 활발할 수 있었다.)가 되었는지, 과거로부터 그 역사를 차근차근 짚어줬다.


여성혐오 기류는 1990년대부터 이루어진 여성운동의 토대 위에 신자유주의의 심화가 불러온 현상이다. 군가산점제가 없어지자 취업이 어려워진 남자들이 그 울분을 여자에게 토해내면서 ‘된장녀’, ‘김치녀’ 등의 신조어가 탄생했고,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줄임말)’를 위주로 여성혐오 현상이 확산되어 갔다. 이에 ‘메르스 갤러리+이갈리아의 딸들(노르웨이 소설)’을 조합한 ‘메갈리아’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미러링(=되치기)이라는 방식으로 이제껏 당해온 여성혐오의 표현들을 되돌려주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10여년 간 온라인상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바탕이 되어 등장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10번 출구에 포스트잇을 붙여 추모하자고 제안한 것도 메갈리아였고, 맥심의 나쁜 남자 표지에 공개적인 사과를 받아낸 것도 메갈리아였다.


90년대의 여성운동에 몸소 뛰어들어 양성평등에 기여했던 발표자는 이제 눈팅족으로 후배 메갈리안들을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그 과정을 청중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여성혐오 현상과 평생학습’ 토론장 풍경


경우 없는 제도, 가부장제

이에 첫 토론자 나임윤경 교수는 메갈리아와 일베를 같은 수준에 놓고 보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베는 피해자에 대해 모욕하고, 2~3차 피해를 생산하지만,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가해자를 비추는 행위다. 메갈리아에 대해 점잖은 척 뒤에서 팔짱끼고 ‘오빠질’을 하는 것은 추태라고 했다. 나임윤경 씨는 또한 왜 한국남자들은 기득권을 가지고도 분노하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민주화된 10년의 시간 동안 언론의 자유를 누리다가, 정권이 보수화되자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혐오해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게 되었다. “그래도 된다”는 태도가 용인되기 때문에 여성혐오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봤다.


“가부장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 경우 없는 제도’, 약간 더 길게 설명하면 ‘여성과 아이들의 자리를 지정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현실에서 여성들이 자기 아이만 싸고 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사회적 모성을 회복하는 것만이 해결책입니다.”


평생학습의 장에서 한번도 논의된 적 없는 여성혐오

진성미 교수는 여성경력단절과 평생학습을 연결지어 이야기했다.
“최근 조선일보에서 담임이 1년 동안 4번이나 바뀐 학생의 이야기를 하며, 육아휴직과 기간제 교사의 결혼을 비난하는 듯한 칼럼을 읽었는데 무척 불쾌했습니다. 사회시스템으로 논의해야 할 걸 여교사 개인의 탓으로 미룬거죠. 저는 사실 ‘경단녀’라는 용어 자체도 쓰지 말자고 합니다. 그 용어 자체가 사회 문제를 여성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용어입니다. 결혼한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항상 B급 인력입니다. 육아 후 뭐라도 해보려고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은 평생학습의 주고객이면서도 욕을 먹어요. 관의 입장에서 투자를 했으면 취업률이든 뭐든 높아져야 하는데, 자기계발로만 소비되는 것 같으니까요. 신사임당이 드디어 5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밖으로 나오지 않고 숨겨져 지하경제의 주최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여성의 현실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배워서 남주고 그것으로 내가 성장하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성과 중심의 정책보다 일의 경험이 가치로운 그런 정책을 만들어주세요.”


△‘여성혐오 현상과 평생학습’ 토론자 진성미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


신민선 (사)평생교육사협회장은 “전국에 10만7천여 명의 평생학습사가 있습니다. 학습자도 거의 여성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한번도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을까요? 왜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침묵하는 이유는 첫째, 성장에 대한 공통된 합의가 없어서 아닐까요? 평생학습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장하느냐, 지역 시민을 만들어내느냐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학습자 개인의 성장에 자족합니다. 둘째,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죠. 여성혐오 문제는 시민단체나 여성단체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신 회장은 발표를 들으며 프로그램 중심의, 제공자 중심의 평생교육 안에서 학습자도 평생교육사에게 오빠질(혹은 교육질)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즉 이제까지 우리의 평생학습은 학습자를 대상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평생교육사의 시선과 실천이 분명히 현실을 바꾸어낼 수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여성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젊은 토론자와 참석자의 즐거운 연대

마지막으로 페미니즘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와 ‘페밍아웃(페미니즘+커밍아웃)’이라는 용어를 설명한 김동진 박사는 네 명의 토론자 중 가장 나이가 적었다. 다른 토론자들이 요즘의 분위기를 눈팅하며 이해해보려는 윗세대라면, 김동진 박사는 여성혐오 문제를 온 몸으로 느끼고 대항하는 요즘 세대다.


△여성혐오 문제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요즘 세대’ 김동진 토론자


“여성혐오의 밑바탕에는 고정관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고정관념을 저는 비의식이라 부르고 싶어요. 무의식보다 더 심한 수준의 고정관념이란 말이죠. 예를 들어 어린이집 교사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를 대할 때 미묘하게 다르게 대하는 것, 그게 바로 고정관념을 형성하고 생산하죠. 평생학습은 이런 고정관념의 사회화가 일어나는 현장을 바꿔야 합니다. 고정관념이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그것을 깨닫게 하는 일을 평생학습은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좋은 교육 툴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미디어문해교육의 틀로 미디어 제작자와 시청자를 교육시키면 멋지겠죠? 고정관념에 가치판단이 더해지면 편견이 생기고, 편견에 따라 행동하면 차별이 됩니다. 이걸 막는 일, 평생학습이 할 수 있을 겁니다.”


△활발한 질의응답과 의견이 오갔던 토론장 풍경


여성운동의 윗세대와 현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북돋워주는 이 벌집토론장에는 10대의 티를 갓 벗은 일군의 남학생들이 들어와 경청하고 있었다. 일베 같은 사이트에서 온 게 아닌가 우려했던 나는 그들이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학생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많은 토론방 중에 어떻게 여성혐오를 선택하게 되었냐고 물으니 여러 제목 중 가장 재밌어 보여서 들어왔다고 대답했다. 여성혐오 토론방에 남자들이 들어오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내가 이미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기성세대였던 것이다. 그 대답을 듣고 보니 평생학습 종사자가 아니라면 평생학습법이나 평생학습도시, 문해교육 등에 관심을 가지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논의를 시작으로 평생학습의 현장에도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바란다. 평생학습의 실무자도, 학습자도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문제는 곧 평생학습 당사자의 문제다.smile-symbol





신지운 <다들> 외부 기자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은 지난 7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제1회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를 열었다.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개원 1주년과 전국평생학습총연합회 창립 40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는 사전 등록자만 1,000명을 넘겼다. 오전 9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오후 7시를 훌쩍 넘어 성황리에 첫 마침표를 찍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12개의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4개의 벌집 토론방(벌들의 윙윙거리는 분주한 날갯짓처럼 마음껏 논의하라는 차원에서 이름붙인 토론방)을 마련했다. 12개의 주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교육, 문화, 경제, 복지 등을 통틀어 가장 뜨거운 이슈로 지목되고 있는 것들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앞으로 행복한 동행을 해나가는 데 있어 깊이 생각해봐야할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


<벌집 토론(Buzz Discussion)>
<벌집토론(Buzz Discussion)>
시간벌집1벌집2벌집3벌집4
13:00∼14:20독일 시민대학의 오해와 진실청년, 일과 학습 그리고 갭이어(gapyear)노년기 평생학습의 장, 노인복지관의 고민학점은행제 질 관리와 규제 완화 방향
14:30∼15:50알파고 시대 교육 리모델링평생학습도시, 과연 안녕들하신가요?학교 없는 마을교육공동체 가능한가? Holoschoolgram을 위하여평생교육 단과대학은 성인친화적인가, 대학친화적인가?
16:00∼18:00여성혐오 현상과 평생학습성인문해교육, 누구의 책임인가?평생교육법 개정과 장애인 평생교육의 전망평생교육법 이대로 좋은가?

이 글에서는 12개의 주제 중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성인친화적인가, 대학친화적인가?>와 <평생교육법 이대로 좋은가?>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벌집 토론 줌 인(zoom in) – 평생교육 단과대학에 던진 물음표


다양한 관점에서 평생교육 단과대학 살펴보기

최근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둘러싼 이화여대 사태 등은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진통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현 상황 및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 등을 다룬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성인친화적인가, 대학친화적인가?> 토론방은 학계를 비롯하여 현장 실천가 등 많은 평생교육 관계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뜨거웠다.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상명대학교, 순천향대학교 등 몇몇 대학은 이미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평생교육 단과대학 안에 산업체위탁학과 및 계약학과 등 성인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조직 또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현재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 및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토론방에서는 평단 사업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함께 실제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어떻게 운영되어 왔고,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왼쪽부터 양흥권 교수(토론자), 지의상 교수(좌장), 이승호 교수(발표자), 김학민 교수(토론자), 고관용 교수(토론자)


발표를 맡은 이승호 경기과학기술대 평생교육대학장은 먼저 “이화여대 사태가 오히려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존재와 그 의미를 알리게 된 계기로 볼 수도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학장은 발표를 통해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성인, 대학, 산업체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며 “3자에 대한 연계와 포용정책으로 접근해야 원하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선취업 후진학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이다”며 “당장 부모들부터 자신의 자녀가 취업을 먼저 하고 나중에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효율적인 운영, 나아가 평생교육이 우리 사회에 보다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또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대학과 성인학습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산업체에 대한 지원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산업체에 대한 혜택, 성인학습자에 대한 직접적인 학업 경감정책, 대학의 시스템 전환이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승호 경기과학기술대 평생교육대학장의 발표


한편, 토론자로 나선 양흥권 대구대 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 교수는 “시대가 변화하고 사회가 변화하면 교육형태와 교육제도도 변화해야 한다”며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한 인간의 전 생애적 성장과 계속적 발달을 지원하는 새로운 평생교육체제 등장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고관용 제주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인학습자를 위해 지역 교육기관과의 학위과정 및 프로그램 연계 등 실질적으로 구동 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지역 평생교육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과 지속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평생교육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중요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현재 평생교육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학생은 “무엇보다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에서의 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평생교육 학위가 산업체나 사회에서 유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발표를 맡은 이승호 학장은 “학위를 취득했을 때 이를 인정해주는 분위기 마련이 급선무다”며 “재직자들이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후진학을 통해 학위를 취득했을 때 동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도 그들의 노력을 아낌없이 축하해주고, 무엇보다 취득한 학위를 당당한 대학 학위로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오늘 발표나 토론을 보면 평생교육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현행법상 지자체가 평생교육에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나?”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고관용 교수는 “법적으로 그러한 것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자체에 평생교육과가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성인친화적인가, 대학친화적인가> 토론장 풍경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유달리 야근이 잦아 ‘밤을 잊은’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퇴근 후의 공부는 마음 편히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6시에 소위 ‘칼퇴근’을 하기도 어려운데, 산적한 일거리를 동료나 후배에게 맡긴 채 유유히 회사를 나와 대학 교정에 들어가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이 토론방의 발표자 및 토론자들은 무엇보다 앞으로 평생교육 단과대학이, 나아가 평생교육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대학뿐만 아니라 평생학습자, 나아가 산업체에 대한 지원 등이 서로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평생교육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벌집 토론 줌 인(zoom in) – 평생교육법에 던진 물음표


현행 「평생교육법」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규정된 평생교육의 진흥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및 평생교육제도와 그 운영을 위해 제정되었다. 이 법은 1982년 12월 31일에 제정된 「사회교육법」을 1999년 8월 31일에 전부개정(법률 제6003호)하여 탄생되었다. 그러다 평생교육의 추진체제를 개편하기 위하여 2007년 12월 14일 개정(2008년 2월 15일 시행)하였다. 이때 개정된 「평생교육법」은 이전의 「평생교육법」의 취지를 바탕으로 국가 평생교육 지원체제를 시대와 사회의 여건에 걸맞게 재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현재 국가의 평생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이를 바탕으로 2008년 2월에 탄생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평생교육법」은 평생학습 현장의 관습과 사상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 또한 평생학습 관계자들의 요구는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평생교육법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방이 만들어졌다.


△그랜드홀에서 열린 <평생교육법 이대로 좋은가> 토론장 풍경


현행 「평생교육법」, 무엇이 문제인가?

발표자 최돈민 상지대 교수는 “그간 평생교육을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의 여가나 취미 활동으로 오해해온 경향이 없지 않다”며 현행 「평생교육법」의 미흡한 부분들을 지적하며 개선안을 내놓았다.


첫째, 평생교육 추진체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평생교육법」을 통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이 발족되었고, 평생교육 추진 주체가 교육감에서 시·도 지사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간의 역할과 기능이 모호하고 연계체제가 미약한 실정이다. 특히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대부분이 독립된 기관으로 설립되지 않고 기존 기관에 위탁하여 운영되고 있기에 그 위상에도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을 별도 재단법인으로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자본금의 일정 부분을 중앙정부에서 출연하여 연계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평생교육사의 기능에 관한 부분이다. 현재 평생교육사는 3등급(1급, 2급, 3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평생교육사 3급은 7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2급은 10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1급은 2급 자격 취득 후 5년 현장 경력자를 대상으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소정의 연수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14년 기준으로 3급은 113명, 2급은 7,791명으로 되어 있는데, 3급과 2급의 경우, 몇 과목을 더 이수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차등화 되기에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3급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 평생교육 책무성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평생교육법인 조항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생교육법인은 능력개발법의 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과 같이 비영리 법인으로 하고 1차적으로 학원법의 평생직업교육학원과 직업능력개발법인을 대상으로 하고 대학 이외의 학점은행제 운영기관을 법인화하여 평생교육 기관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넷째, 「평생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는 6대 영역인 학력보완, 성인 문자해득, 직업능력 향상, 인문교양, 문화예술, 시민참여에 추가하여 ‘성인직업교육훈련’ 영역이 신설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평생교육법 이대로 좋은가> 토론방의 발표자, 최돈민 교수


한편, 토론자로 나선 윤여각 방송통신대 교수는 「평생교육법」과 이의 상위법들인 「교육기본법」 및 「헌법」을 언급하며 현재 이들 법들 간 상충되는 조항들(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의 차이, 학교의 종류 및 형태 등)에 대한 정리가 시급함을 지적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박선경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전략사업기획실장은 “평생교육사들의 불안정한 신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 공공영역에 평생교육사가 배치된 지가 15년이 지났지만,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계약직 신분이다. 불안정한 신분으로는 장기적인 계획과 실천 등이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모두를 위한 평생교육법을 향해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한 참석자는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평생교육 단체와 평생교육 시설에 대한 지방세 감면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며 “원래는 평생교육 단체가 전액 감면이었다가 이 법이 개정되면서 일부 감면으로 바뀌었는데 이를 다시 전액 감면으로 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나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발표자 최돈민 교수는 “이 법과 관련해서는 잘 몰랐던 사안인데 교육 재정 담당자들과 협의하여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평생교육사들의 실질적 역량 강화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법적 혹은 제도적 측면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선경 실장은 “현재 평생교육사 양성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며 “지금 교육학과 안에서 평생교육 전공이 모든 것을 담당하지만 앞으로는 평생교육학과 안에 다양한 세분화된 과목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질의응답 중인 토론자(왼쪽)과 토론자, 좌장, 발표자


한편, 여러 질문자들이 현행 「평생교육법」 제3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제3조는 「평생교육법」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명시한 것으로, “평생교육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을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법의 경우 이른바 「학원법」(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과 상충되는 요소가 많이 있다는 지적들이 나왔고 이에 대해서는 발표자 및 토론자들도 상당 부분 공감한다며, 향후 관계 기관 및 전문가들 간 논의를 통해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교육기본법」 내의 ‘사회교육’이라는 표현, ‘평생학습’과 ‘평생교육’의 용어 등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들도 나왔다.smile-symb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