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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오케스트라, “인생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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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작성일 2018.11.09 조회수 35 첨부파일

내 인생 오케스트라, “인생오케”

제4기 시민기자 김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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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명이 정말 끝내주지 않습니까? ⓒ김홍구

대한민국 평생교육법 제2조 제1항에서는 평생교육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평생교육”이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을 말한다.

흔히 ‘6진 분류’라고 말하는 평생교육의 여섯 영역 중에서 언제나 나의 눈길을 끄는 분야는 문화예술교육이다. 그 중에서도 음악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산책을 나가기 위해 목줄을 준비하는 주인을 발견한 강아지처럼 즐거워진다. 대학원 진학 이후로는 잠시 쉬고 있지만, 나는 몇 년 전까지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었고, 현대미술작가들과 협업하며 전시 주제에 맞는 표제음악 작곡 및 음향 작업 등을 했던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을 전공하거나 독학으로 이론을 공부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단지 창작자로서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성악을 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에는 늘 클래식 음악이 흘렀고, 여러 친척들이 뉴에이지나 재즈, 제3세계 음악 등을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어릴 적부터 뼛속까지 ‘음악 덕후’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러니 개강부터 종강까지 오직 실기수업으로만 진행되는 <내 인생 오케스트라, 인생오케(이하 인생오케)> 강좌의 개설 소식을 들음과 동시에 내가 반드시 학습매니저를 하겠다고 자청한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것이 덕업일치(특정 대상에 열광하는 수준을 넘어 치열하게 학습하기까지 하는 ‘오덕질’과 생계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일치되었음을 일컫는 신조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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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오케가 처음 모였던, 그래서 조금은 서먹서먹했던 오리엔테이션 때의 모습 ⓒ김홍구

9월 13일에 시작된 인생오케는 어제(10월 19일)로 정확히 절반의 일정을 소화했다. 단원들의 연령대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그 동안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을 연습해왔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베토벤의 ‘로망스’ 연습이 시작된다. 11월 22일에 마지막 연습이 끝나면 바로 다음 날인 11월 23일에 “해설이 있는 시민 공개음악회”가 열린다.

인생오케는 한때 음악을 전공했거나 악기 연주에 열정을 담았지만, 주변 환경과 여건 등의 문제로 음악에 대한 꿈을 접은 이들이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에서 함께 하는 강좌이자 앙상블이다. 수강신청에 제약이 없는 대부분의 강좌와 달리 인생오케는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는 시민, 발표회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강신청을 진행했다. 수강자격에는 과거에 음악대학을 졸업한 시민의 경우에는 지난 5년간 전문단체에서 활동한 경험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협동, 조화, 일치라는 현대적 시민의식의 고취 및 발표회를 통한 지역사회에의 공헌이 인생오케의 학습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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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된 두 번째 모임 ⓒ김홍구

이러한 목표를 어떻게 연주만으로 이룰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는 앙상블, 오케스트라, 밴드 등의 악단이 성공적인 공연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힘들게 호흡을 맞추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합주는 그저 예술적인 무엇을 표현하기 위한 영역에만 국한된 행위가 아니라 팀 전체가 하나 되어 호흡하려는 ‘일치성’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 연마의 과정이다.

특히 기계를 통해 각 악기의 음향을 변형시킬 수 있는 밴드와 달리 오직 각각의 악기에서 나오는 ‘생소리’만으로 흠결이 없는 소리의 덩어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오케스트라에서 단원 간의 배려, 이해, 신뢰는 연주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저 사람이 나와 성별이 다르다고,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소득 수준이 다르다고 싫어하거나 무시하면 오케스트라는 와해될 수밖에 없다. 인생오케의 지휘자인 유주환 교수가 매 연습마다 밸런스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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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공개음악회에 오실 여러분을 미리 환영합니다. ⓒ김홍구

평생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복원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평생교육은 기능의 습득에만 골몰하는 교육, 취업이나 승진의 수단 등으로 이용되는 도구화된 교육의 틀을 깨며 우리 사회의 교육과 그에 연관되는 문화를 바꾸려는 하나의 운동이기도 하다. 이러한 운동에는 논리나 지식 등의 이성적 요소만이 아니라 사랑과 연민 같은 감성적 요소들도 함께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각을 바꿔야 하고, 인간의 생각은 이성과 감성이라는 두 축을 오가며 형성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음악, 글, 미술, 무용, 영화, 연극 등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을 반영하는 한편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본에 자리하고 있는 감성을 일깨운다. 즉, 문화예술교육은 평생교육의 다른 영역에서 시도하기 어렵거나 애초에 불가능한 감성의 인식, 각성, 확장을 가능케 하는 독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더 많은 문화예술교육 강좌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를 바란다. 자유시민대학의 학습매니저이자 세상 무엇보다도 음악을 사랑하며 평생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인생오케가 그러한 미래의 출발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이룰 또 하나의 행복한 ‘덕업일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