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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내 손안에 서울] 일상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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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작성일 2017.06.19 조회수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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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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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대중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초등학교 6학년 큰 딸이 월요일에 수학 시험이 있다며 금요일 밤부터 불평 반 걱정 반 투덜거렸다. 둘째 딸과 오랜만에 나무토막 빼내기 젠가 게임에 몰두해 있던 나는 큰 딸이 하는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지나쳤다. 아무도 제 말에 반응이 없자 큰 딸은 월요일에 사회 시험까지 본다며 진짜 공부하기 싫은데, 수학 교과서는 뭐 잘났다고 이래라 저래라 하냐며 급기야 혼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수학 교과서가 잘났다고? 게임을 멈추고 큰 딸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큰 딸은 수학 교과서 문제들이 전부 ‘하시오’로 끝난다며 문제를 읽을 때마다 기분이 나쁘단다. 친절하게 ‘하세요’하면 될 것을 ‘하시오’하며 명령한다는 큰 딸 말에 수학 교과서를 보니 정말 대부분의 문제가 ‘시오’로 끝난다.

어법으로 따지면 ‘시오’는 하오체로 존댓말에 해당한다. 주로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격식을 갖추어 존대하는 경우에 쓰인다. 큰 딸에게 이런 설명을 하니 이해하지 못 하겠다는 눈치다. 어떻게 존댓말이 될 수 있냐며 실제 교과서를 짚어 보여준다. “찬이네 학교와 준이네 학교에서는 야영을 다녀온 뒤 만족도를 조사하여 학교 누리집에 올렸습니다. 두 학교 학생들의 야영 만족도를 비교하여 설명하는 글을 완성해 보시오”(교육부, 「수학 61」 126쪽). 앞 문장은 공손하게 들리지만 뒤 문장은 어감이 달랐다. 큰딸은 이 명령어투가 짜증이 나서 수업 시간에 자기 교과서의 ‘하시오’에 두 줄을 긋고 ‘하세요’로 고쳐 놓은 일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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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듣고 보니 교과서의 하오체가 존댓말인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수학이 어렵고 싫은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수학 교과서가 자기를 무시한다는 느낌까지 갖게 된 큰 딸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큰 딸의 수학 시험 걱정에서 파생된 교과서 어투 불평을 듣다가 일상에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는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생각하게 됐다. 박사과정까지 합하면 이십 년이 넘게 학교를 다니고 명색이 교육학 교수지만 나는 교과서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딸에게 또 한 수를 배웠다.

지난 겨울 나는 광화문 광장의 촛불 집회에 나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규탄했다.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나이인두 딸도 아빠 손에 이끌려 촛불 광장의 일부가 되었다. 두 딸은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지만 또래 초등학생이 광장의 높은 연단에 서서 수 십 만 시민들을 향해 말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사실 두 딸보다 내가 더 놀랐다. 촛불 집회에 이은 국정 농단 사건 수사와 재판,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통해 두 딸은 군사 정부 아래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나와는 질적으로 다른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정치제도로서 민주주의가 민주적 선거와 권력간 견제와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일상 삶에서 민주주의는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수학 교과서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내게 말하던 큰 딸에게서 나는 어린 시절 나와는 질적으로 다른 민주적 삶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촛불 광장의 민주주의를 일상 삶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봄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 뒷동산 나뭇가지에 솟아오른 새순이 차츰 온 산을 신록으로 물들이듯 매일 삶 속으로 민주주의가 퍼져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일상을 규율하는 유무형 제도와 관행들이 보다 더 민주적이 되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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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달부터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9월 초 개최하는 제2회 서울평생학습대토론회 준비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촛불 광장의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서울평생학습,담장을 넘어 광장으로’를 주제로 국제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러 나라에서 일상으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평생학습의 눈으로 살펴보는 자리다.

평생학습이라는 말 속에는 누구나 존중받고 인정받는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가르침과 배움이 일상에서 꽃피우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지난 금요일 밤, 교과서도 학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을 준 딸에게 나는 (아직 시험 결과는 모르지만) 만족할 만큼 수학 시험 문제를 풀어내지 못했어도 괜찮다고 말해줄 생각이다. 그리고 수학 교과서의 하오체를 어떻게 바꿔야 초등학생을 진짜 존중하는 어투가 될지 같이 얘기해보자고 해야겠다.


■ 제2회 서울평생교육 대토론회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지난해에 이어 제2회 서울평생학습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국내외 평생교육 활동가를 중심으로 시민이 주도해 온 시민학습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시민학습광장으로서 서울’의 미래를 구상하고 모색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개원 2주년 행사를 겸해 진행될 이번 대토론회에 시민 여러
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주 제 : 서울평생학습, 담장을 넘어 광장으로
○ 일 시 : 2017.09.07.(목)
– 참가자 모집 및 토론 이슈별 제안 접수 : 7월 중
– 장 소 :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 문 의 :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02)719­6095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기사바로 가기 : 내 손안에 서울